법의 정신 그리고 경영자의 관심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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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일 | 2023-02-02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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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의 정신 그리고 경영자의 관심 올해 1월 27일부터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고 있다. 법 시행 전부터 많은 관심과 논란이 있었 듯 중대재해 처벌법은 최근 몇 년 사이에 산업현장에서 경영자들이 가장 관심을 보인 법제도 중 하나이며 특히, 현장에서는 형사적 대응에 대한 주제가 여전히 논란이 되고 있기도 하다. 이 법의 주된 제정 취지가 중대 재해로 근로자가 사망한 경우에 그 회사 최고 경영자 혹은 실질적 경영자를 처벌하기 위한 법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행 1년이 다가오는 시점에서 법 조항과 법 시행에 따른 효과 부분에서 많은 논란과 개선의 목소리들이 나오고 있다. 우선 올해 9월까지의 산업 재해 사망사고는 483건에 510명이 사망하여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사망자가 오히려 8명이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 법 시행의 취지를 무색하게 하고 있고 지난 10월에는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해 위헌법률 심판제청이 이루어지는 등 법 자체에 대한 논란도 가중되고 있는 상황이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전에는 산업현장에서 중대사고가 발생한 경우 민사적 보상책임은 별론으로 하고, 형사적 책임에 있어서는 주로 현장 감독자나 그 분야 책임자에게 형법이나 산업안전보건법상의 책임을 묻는 상황이었다. 그러다 보니 회사의 경영자나 최고 책임자는 최종적인 안전관리 책임에서 벗어나 있게 되고 그런 구조가 중대사고 발생에 영향을 주고 있다는 여론이 힘을 얻게 되었다. 회사 경영으로 인한 실질적 이득을 취하고 있는 경영자들은 결국 형사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문제의식 하에서 중대재해처벌법이 제정되고 시행되게 된 것이다. 물론 이 법과 관련한 법학계나 경영계의 많은 문제 제기와 보완 노력이 지금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지만, 막상 산업현장에서 이 법의 취지나 핵심 내용에 대해 정확히 알고 있는 사람은 의외로 많지 않은 것 같다. 아마도 다른 나라에도 선례가 없는 매우 공격적이며 과감한 법률이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근로의 조건과 형태에 많은 변화가 있는 4차 산업 혁명이 진행되고 있지만 기업 경영자에 있어 가장 중요한 덕목은 여전히 “혁신”, “기업가 정신”, “이익의 극대화” 등 효율과 생산성 향상에 관련된 내용이며, 갈수록 더욱 더 기술혁신이 강조되고 있는 상황이다. 물론 기술의 발전과 비례하여 근로자의 생명과 건강 보호라는 인권적 측면에서의 법적 요구도 한층 강화되는 추세이기는 하지만 산업현장에서의 사고 위험은 여전히 줄어들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법 시행에 맞춰 고용노동부가 펴낸 중대재해처벌법 해설서 서문에도 이런 현실의 상황과 고민을 압축하여 표현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산업재해는 개인의 노력과 의지만으로 예방할 수 없습니다. 사람은 실수하고 기계는 고장난다 는 사실을 인정하고 안전보건 관리시스템을 구축해야 합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기업이 획기적인 안전보건관리시스템 구축을 통해 안전조치 및 보건조치를 강화하여 종사자의 중대산업재해를 예방하도록 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적입니다.” ‘사고 가 나는 것을 완전히 막을 수는 없지만 기업과 사회가 할 수 있는 노력을 다해보자!’ 중대재해처벌법은 이러한 사회적 요구가 입법의 결과로 탄생하게 된 것이다. 우선 중대재해처벌법의 핵심내용이 담긴 4조~6조 조항 중 강조된 부분(밑줄)을 주목하여 살펴보자. 제4조(사업주와 경영책임자등의 안전 및 보건 확보의무) ①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등은 사업주나 법인 또 는 기관이 실질적으로 지배ㆍ운영ㆍ관리하는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종사자의 안전ㆍ보건상 유해 또는 위험을 방지하기 위하여 그 사업 또는 사업장의 특성 및 규모 등을 고려하여 다음 각 호에 따른 조치를 하 여야 한다. 1. 재해예방에 필요한 인력 및 예산 등 안전보건관리체계의 구축 및 그 이행에 관한 조치 2. 재해 발생 시 재발방지 대책의 수립 및 그 이행에 관한 조치 3. 중앙행정기관・지방자치단체가 관계 법령에 따라 개선, 시정 등을 명한 사항의 이행에 관한 조치 4. 안전ㆍ보건 관계 법령에 따른 의무이행에 필요한 관리상의 조치 제5조(도급, 용역, 위탁 등 관계에서의 안전 및 보건 확보의무)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등은 사업주나 법인 또는 기관이 제3자에게 도급, 용역, 위탁 등을 행한 경우에는 제3자의 종사자에게 중대산업재해가 발생하지 아니하도록 제4조의 조치를 하여야 한다. 다만, 사업주나 법인 또는 기관이 그 시설, 장비, 장소 등에 대하여 실질적으로 지배・운영・관리하는 책임이 있는 경우에 한정한다. 제6조(중대산업재해 사업주와 경영책임자등의 처벌) ① 제4조 또는 제5조를 위반하여 제2조 제2호가 목의 중대산업재해에 이르게 한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 등은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이 경우 징역과 벌금을 병과할 수 있다. ② 제4조 또는 제5조를 위반하여 제2조제2호나목 또는 다목의 중대산업재해에 이르게 한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등은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우선 “실질적으로 지배・운영・관리하는 사업 또는 사업장”의 내용이 들어감으로써 안전관리의 범위가 크게 늘어났다. 과거처럼 사고발생의 책임을 현장소장이나 중간관리자나 임원에게 돌리기 어렵게 되었다. 또한 근로자가 아니라 “종사자”라는 용어가 들어감으로써 어떤 형태로든 산업현장과 관련된 모든 사람의 안전까지 관리해야 하므로 그만큼 부담과 관리범위가 늘어나게 됐다. 여기에 “인력 및 예산 등 안전보건관리체계의 구축”의무까지 더해져 기업들로서는 관리의 범위와 비용이 대폭 늘어나게 되었다. 중대재해처벌법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측은 제4조 제1항 제1호, 제6조 제2항이 위헌이라고 주장한다. 규정이 추상적이고 형벌조항이 과도해 헌법상 명확성 원칙과 과잉금지원칙, 평등원칙에 위배 된다는 것이다. 이처럼 중대재해처벌법은 법은 그 내용이 매우모호하며 법리적으로도 많은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 대표적인 문제점은 다음과 같다. ① 경영자를 처벌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면서 그 범죄의 성격을 고의범으로 하였다는 점이다. 형법상 업무상과실치사죄나 산업안전법 위반의 형사책임은 모두 업무상 과실범을 대상으로 한다. 그런데 중대재해처벌법은 고의범을 처벌한다는 점인데, 세상의 어느 경영자가 그 사업장의 근로자 사망에 대하여 고의를 가지고 있다는 말인가? 고의로 사람을 살해하면 살인죄가 성립한다. 그러면 최고경영자는 살인죄의 범죄자란 말인가?상식적으로도 그 범죄 성립과 형사처벌이 어려운 가장 근본적인 이유이다. 그래서 결국 중처법으로 경영자를 처벌하는 경우는 소위 “미필적 고의” 가 성립하는 경우에 한정되게 된다. 미필적 고의는 그러한 결과가 발생해도 할 수 없다는 사건 결과에 대한 감수가 인정되는 상태이다. ② 그 다음으로 처벌 규정이 불명확하고 개방적 이라는 점이다. 형사처벌 규정은 그 수범자가 금지되는 행위에 대하여 명확하게 인식할 수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살인죄는 “사람을 살해한 경우” 에 성립하는 범죄이다. 하지만, 중처법은 경영자가 안전 및 보건 확보의무에 대한 조치를 하지 아니한 경우에 처벌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소위 개방적 구성요건이다. 사업 경영자가 형사처벌을 받는 행위를 특정하기 매우 어렵다.
③ 중처법 위반의 법정형이 과중하게 높다는 점도 과잉금지 원칙에 위반하는 점이다. 근로자가 중대재해로 사망하는 경우에 경영자에게 징역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도록 규정되어 있다. 징역형의 상한이 규정되어 있지 아니한 관계로 매우 무거운 선고형량이 가능하다. 형법이나 산업안전보건법에 비교하여 매우 높은 법정형은 형사처벌의 법리상 위헌성 논의의 근거가 되고 있다. 이와 같은 법리적 문제점 때문에 이 법으로 기소된 1호 사건에서 이미 위헌법률심판제청이 되어 있는 상태이다. 행정부에서도 이 법에 대한 보완 논의가 계속 되고 있다. 언론에 보도된 위헌제청 이유를 살펴보자. “헌법상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과 과잉금지 원칙, 평등 원칙에 위배된다. 법에서 규정한 '실질적으로 지배 운영 관리하는 사업 또는 사업장', '재해예방에 필요한 인력 및 예산 등 안전보건관리 체계의 구축 및 그 이행에 관한 조치' 등이 모호하고 불명확해 자의적인 법해석이나 법집행이 배제된다고 보기 어렵다. 1년 이상의 징역(최대 징역30년) 또는 10억원 이하의 벌금, 손해액의 5배까지 민사책임 부담 등의 조항도 처벌 규정의 보호법익과 형벌의 범죄예방 효과에 비춰 책임과 형벌 간 비례원칙을 포함하는 침해의 최소성 원칙, 법익 균형성의 원칙 등을 충족하지 못해 과잉금지 원칙을 위배한다.” 이와 같은 이유로 신청한 건에 대해 만일 법원이 위헌제청 신청을 받아들여 헌법재판소에 정식으로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하면 헌재의 판단이 나올 때까지 진행 중인 재판이 일시 중단된다. 법원이 신청을 기각 할 경우 헌재에 곧바로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 그러나 법원이 신청을 기각하더라도 청구인이 헌법재판소법에 따라 기각 결정 통지 30일 이내에 헌법소원을 낼 수 있기 때문에 헌재의 판단이 사실상 예정돼 있다는 의견이다. 반면에 중대재해처벌법의 합헌성을 옹호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 논거는 대략 다음과 같다. ① 이 법률은 20년 이상에 걸친 우리 사회의 끈질긴 입법 운동의 산물이다. 근로자의 생명과 건강 보호라는 사회적 합의가 있으며, 산업 재해 현장에서 근로자의 생명과 건강이 필요하고 충분하게 보장되어야 한다. ② 사회 구성원의 합의를 반영한 입법자의 정당한 결단이다. 즉 현대 자유민주국가에서 입법권을 가진 국회의 권능이 존중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③ 현행 법률의 불명확성과 미흡한 내용은 향후 축적되는 법원의 판례에 의하여 자연스럽게 형성될 것이다. 즉 운영의 문제이지 입법이 잘못된 것은 아니라는 견해이다. 물론 이 법에 대한 평가는 향후 우리 사회의 제도 운영과 구체적 사건에 대한 판결 내용을 통하여 내려질 것이지만, 현재 시점에서 우리는 이법이 가지는 법의 정신과 그 목적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법이 추구하는 목적은 근로자에 대한 중대산업재해 예방이다. 이 법을 제정한 입법자의 의사는 최고경영자의 의지와 관심을 촉구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최고경영자나 실질적 경영자를 처벌한다는 법이 있기 때문에 최고 경영자가 근로자의 생명과 건강에 대하여 한 번 더 관심을 가지고 필요한 조치를 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한 점을 본다면 중처법은 이미 그 목적을 어느 정도 달성하고 있다. 지난 수년간 많은 기업과 관공서가 중처법에 대비한 조직과 매뉴얼 등을 구비하고 산업현장에서의 안전을 강조하고 있는 점이 그 반증이다.
우리 법원은 최근에 중요한 판결을 하였다. 대법원(2021. 9. 30. 선고 2020도3996)은 산업안전법 위반이 쟁점이 된 사안에서 다음과 같이 판결하였다. “산업안전법 위반 여부에 대한 판단을 함에 있어서는 개별법 조항의 내용, 해당 산업 현장의 특성, 사업장의 규모, 해당 사업장에서 이루어지는 작업의 성격, 이에 내재되는 안전・보건상의 위험, 산업 재해의 발생 빈도, 안전・보건 조치에 필요한 기술 수준 등을 구체적으로 살펴서 규범 목적에 부합하도록 객관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나아가 해당 안전보건규칙과 관련한 일정한 조치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해당 산업현장의 구체적 실태에 비추어 예상 가능한 산업재해를 예방할 수 있을 정도의 실질적인 안전 조치에 이르지 못한 경우에는 안전보건규칙을 준수하였다고 볼 수 없다. 특히 해당 산업현장에서 동종의 산업재해가 이미 발생하였던 경우에는 사업주가 충분한 보완대책을 강구함으로써 산업재해의 재발 방지를 위해 안전보건규칙에서 정하는 각종 예방 조치를 성실히 이행하였는지 엄격하게 판단하여야 한다.” 이와 같은 대법원 판결은 의료사고 발생 시 의사의 과실유무를 판단하는 판례의 기준과 유사하다. 대법원 2009. 12. 10. 선고 2008다22030 판결은 다음과 같이 판시한다. “의사가 진찰・치료 등의 의료행위를 함에 있어서는 사람의 생명・신체・건강을 관리하는 업무의 성질에 비추어 환자의 구체적인 증상이나 상황에 따라 위험을 방지하기 위하여 요구되는 최선의 조치를 취하여야 할 주의의무가 있고, 의사의 이와 같은 주의의무는 의료행위를 할 당시 의료기관 등 임상의학 분 야에서 실천되고 있는 의료행위의 수준을 기준으로 삼되 그 의료수준은 통상의 의사에게 의료행위 당시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고 또 시인되고 있는 이른바 의학상식을 뜻하므로 진료환경 및 조건, 의료행위의 특수성 등을 고려하여 규범적인 수준으로 파악되어야 하며, 의사는 진료를 행함에 있어 환자의 상황과 당시의 의료수준 그리고 자기의 지식경험에 따라 적절하다고 판단되는 진료방법을 선택할 상당한 범위의 재량을 가진다고 할 것이고, 그것이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 난 것이 아닌 한 진료의 결과를 놓고 그 중 어느 하나만이 정당하고 이와 다른 조치를 취한 것은 과실이 있다고 말할 수는 없다” 이러한 법리는 형법상 업무상 과실치사에 대한 법리이지만,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의 경우에 필연적으로 경영자의 ‘미필적 고의’를 입증하여야 하므로, 업무상 과실과 유사한 형태와 수전의 조치 의무 위반이 인정되어야 할 것이다. 현재 중대재해처벌법의 내용이 법리상・경영상문제가 많은 법이기는 하지만, 우리가 주목해야하는 지점은 근로자의 생명과 건강 보호라는 이 법의 제정 목적이다. 우리 사회는 개인의 인권과 생명권 보호가 중시되는 성숙한 사회이다. 기업경영에 있어서 근로자는 로봇과 같은 단순한 기계나 수단이 아니다. 근로자는 우리 사회에서 보호 받아야 하는 사람이라는 점에서 이 법의 목적을 존중하여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손해보험의 기본적 사회적 기능은 리스크 관리이다. 기업 경영상의 리스크에 있어서 경영자의 처벌, 근로자의 사망만큼 중대하고 현실적인 위험을 찾기도 어려울 것이다. 더구나 수사기관은 중대재해가 발생한 경우에 법인에게 고액의 벌금 형으로 기소할 것이라고 하며, 행정부는 고액의 과징금을 부과할 제도 개선을 한다는 언론보도 도 있다. 수사기관의 수사의지가 확고하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기업 경영자는 중대재해처벌법의 문제점보다는 법을 바탕으로 이번 기회에 한 번 더 산업안전에 대하여 관심과 조치를 강화하여 사업 장에서 일하는 근로자(종사자)를 더욱 안전하게 하겠다는 의지를 실천하는 기회로 활용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홍명호 대표변호사 법무법인 도원 홍명호 mhhong@dowonlaw.com [저작권자 손해보험협회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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