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놓친 “손해배상책임 법리”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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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일 | 2022-05-19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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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이 놓친 “손해배상책임 법리” 벌써 20년 가까이 지난 얘기다. 2004년 “100만원 프린스, 10억 벤츠 마이바흐를 들이받다!”라는 제목으로 인터넷에 나돈 화제의 사건이 있었다. 그 뒤로 TV 시사 프로에서도 과다한 외제 차 수리비와 렌트비 문제를 다루면서 가·피해자 간 보험금 역전 현상 등 교통사고 보상에서의 불합리한 문제들이 공론화되기 시작했다. 자전거를 타고 가다 벤츠 조수석 문을 10cm 긁은 75살 노인은 수리비로 2500만원을 청구받았다. 대학로에서 벤츠E320과 충돌한 소형차 운전자는 과실이 20%로 ‘피해자’였지만, 420만원을 오히려 토해내야 했다. 이들은 자동자보험에 가입해 수리비 일부를 보험으로 처리할 수 있었지만, 보장한도를 2000만~3000만원으로 해 추가로 들어가는 비용은 본인이 현금으로 내야 했다. 모두 당시 방송에 소개된 사례들이다. 그 뒤로 보험가입 피해자임에도 거액을 본인이 부담해야 하는 “희한한 자동차 사고 보상문제” 때문에 정부 대책반이 만들어졌고 장기간의 논란과 사회적 합의 끝에 나온 것이 “렌트비는 동급의 차중 최저요금으로 차를 빌리는데 소요되는 통상의 비용”이라는 기준이다. 여기서 ‘통상의 비용’이란 ‘소비자가 자동차를 빌릴 때 소요되는 합리적인 시장가격을 의미’하는 것으로 그 이후로 ‘피해자의 찻값보다 비싼 렌트비’ 보상 분쟁은 사라지게 됐다. 그런데 최근 부산지방법원 항소심 재판부가 자동차를 수리하는 동안 다른 차를 빌려탈 수 있는 대차료 손해와 관련한 납득하기 어려운 판결을 내놓고 있어 법조계 조차 우려의 시선으로 주시하고 있다. 부산지법의 판결 요지는 외제차가 파손되어 수리를 하는 동안 차를 빌리는 경우, 국산차 대신 동급의 외제차 즉, 차량의 배기량, 연식 외에도 “차량의 가액, 주행성능, 디자인, 브랜드 가치”를 따져서 급(級)에 맞게 대차를 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아마도 판결문에서 브랜드 가치를 언급한 것으로 보아, 차량이 파손되어 수리를 하는 며칠이라도 외제차를 타는 품위는 지켜줘야 한다는 취지로 보인다. 이를 풀어쓰면 일반인이 넘볼 수 없는 고가의 외제차를 타는 운전자는 그 외제차를 타면서 향유하는 무형의 감정, 디자인 비용까지도 보상을 해줘야 한다는 의미가 된다. 세심하게도 외제차를 타는 운전자의 감정까지 충분히 보상해줘야 한다는 판결이지만 그 ‘세심함’에는 자동차보험의 사회적 기능은 제쳐두고라도 판결을 위한 핵심요소라 법원이 놓치지 말아야할 ‘배상책임의 법리’가 빠져있다. 우리나라에서 일어나는 대물배상 교통사고는 연간 275만건. 매일 7,500여건의 사고가 일어나고 그로인한 다툼으로 과다한 사회적 비용이 낭비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의도치 않은 과실로 어쩔 수 없이 일으키거나, 당한 교통사고에 대해 외제차의 디자인과 브랜드 가치 비용까지 부담하는 것을 대다수 국산차 운전자들이 납득할 수 있을까? 더군다나 그 판결이 배상책임의 법리와 맞지 않는다면 말이다. 상황이 이러니 자동차보험에서 보상하는 범위는 보험에 가입한 다수의 국민, 우리 사회가 어느 정도까지 감당할 것인지 여부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함에도, 이에 대한 고민이 없는 판결이라는 우려들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대다수 국민들에게 자동차는 생활에 편리함을 제공하는 필수품으로 자리 잡은지 오래다. 그리고 이러한 자동차를 운행하다 발생한 손해를 담보해 주는 자동차보험 가입 역시 의무적이다. 자동차보험의 경우 책임보험은 법률상 가입을 강제하고 있고, 임의보험의 경우에는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상 과실치상에 해당하더라도 일정 사유를 제외하고는 수사기관이 기소조차 할 수 없도록 하여 가입을 유도하고 있다. 이처럼 자동차 사고로 인한 손해는 자동차 운행자 개인의 책임으로 맡겨져 있는 것이 아니라 보험제도를 통하여 사회적으로 그 책임을 분산시키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자동차보험에서 사고로 인한 손해를 어느 정도까지 보상해 줘야 하는 판단은 자동차보험의 사회적 기능과 역할을 참작하여 결정해야 될 문제다. 과도한 보상은 결국 사회적 비용의 증가를 초래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자동차보험계약은 이를 판매하는 보험사와 가입자 사이의 개별적인 계약을 기초로 하고 있으나(사법상의 대원칙인 계약자유의 원칙이 적용된다), 보험의 가입, 보상하는 손해의 범위, 보험료 등 대부분의 중요내용은 정부의 감독을 받고 있다. 일례로 자동차보험의 표준약관은 보험엄감독업무 시행세칙에서 규정하고 있다. 결국, 자동차보험 계약의 내용, 그 중 보상하는 손해의 범위까지 세세히 국가가 관여하고 있는 것이다. 자동차보험약관에서 최근 개정된 대차료에 관한 규정을 보면,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에 따라 등록한 대여사업자에게서 차량만을 빌릴 때를 기준으로 동급의 대여자동차 중 최저요금의 대여자동차를 빌리는데 소요되는 통상의 요금”이라고 하고, 이때 동급은 배기량과 연식을 기준으로 한다고 되어 있다. 이 약관에 따른다면, 외제차라 하더라도 배기량과 연식이 비슷한 국산차를 기준으로 대차료를 지급한다는 것이고 금융감독원 역시 이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제시하고 있다. 즉, 자동차보험의 사회적 역할을 감안하여 대차료는 임시적인 자동차의 사용가치를 충족하면 된다고 판단, 파손된 차량의 사용가치에 준하는 정도의 차량으로 대차를 해 주는 것으로 정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가 경제적인 파급효과까지 고려하여 수년간의 검토끝에 피해자 보호, 그로 인한 사회적 비용의 증가, 대차의 범위에 관한 국민의 정서 등을 종합하여 정책적으로 판단하여 대차료의 범위를 정하고, 이를 표준약관으로 규정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마치 과거로 돌아간 듯한 부산지방법원의 판결이 나왔으니 모두가 그 파급 효과를 우려할 수 밖에 없다. 아니나 다를까 부산지방법원 항소심 판결 이후, 여러 렌터카업체에서 소급해서 몇 년동안 받지 못한 대차료 차액을 청구하는 소송이 다수 제기되는 혼란이 발생하고 있다. 부산지방법원 항소심 판결은 100만원 내외의 소액사건으로 이를 가볍게 생각하여 판단한 것으로 보이지만, 그 혼란은 사법부의 최종적인 판단이 있을 때까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사고로 인한 적절한 손해배상의 범위는 정책적인 측면, 손해배상 법리적 측면 및 사회적 합의까지 전체적으로 고려되어야 할 사항이다. 때문에 법원은 사회적 비용 부담의 증가를 고려하여 피해자 보호를 어디까지 해 줄 것인지 진지하게 판단해야 한다. 왜냐하면 사고로 인한 모든 비용의 출처는 바로 국민들이기 때문이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다양한 사건에서 법원이 진지한 숙고를 통해 법리를 이해하고 보편적 가치에 힘을 실어주는 판결을 기대해 본다. 법무법인 도원 파트너변호사 : 임웅찬 [저작권자 (c)한국보험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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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링크: https://insnews.co.kr/design_php/news_view.php?firstsec=5&secondsec=51&num=67967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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