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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디피는 왜 현금으로 낼까?

바야흐로 긴 겨울에 이어 꽃샘추위마저 지나고 각색의 꽃들이 자신만의 아름다움을 뽐내는 봄이다. 기나긴 겨울 내내 추위와 싸우며 연습에 매진했던 많은 골퍼들이 오매불망 기다리던 푸른 잔디를 밟으며 라운딩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시절이기도 하다.

한편 사업상 필요로 아니면 주위의 권유로 새로운 입문자들이 몇 달간의 지루한 연습과 레슨 끝에 소위 머리를 올리는 시점이기도 하다. 우스갯소리로 처음 라운딩을 간 사람은 두 번 놀란다고들 한다. 연습장에서와 달리 잔디 위에서 공이 잘 맞지 않는 것에 한 번 놀라고, 라운딩 후 계산할 때 그린피, 카트비, 캐디피 등 복잡한 라운딩 비용산정 방식에 또 한 번 놀란다. 그린피, 카트비는 신용카드로 n분의 1 결제도 가능하니 처음 이용하는 사람 입장에서도 크게 불편함은 없어 그렇다고 치더라도 캐디피는 반드시 현금으로 내야한다는 사실이 의아하기도 하지만 남들이 다 그렇게 하니 그러려니 따라하며 의문을 가지지 않는다. 그런데 캐디피는 그린피, 카트비와 어떤 차이가 있기에 현금으로 캐디에게 직접 지급하는 것일까?

그 이유를 알아보기 위해서는 캐디와 골프장과의 관계에 대하여 살펴볼 필요가 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캐디는 골프장에 고용된 근로자가 아니고 독립된 개인사업자의 성격을 가지기 때문에 골프장 입장에서 일괄 결제하고 캐디피에 대한 부가가치세를 지급할 이유고 없고, 캐디 입장에서도 개인사업자로서의 부가가치세를 자신이 부담하는 것도 기피하기 때문인 것이 주요한 이유이다.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란 ‘임금을 목적으로 사업이나 사업장에 근로를 제공하는 사람’을 말하는데, 판례는 캐디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보기도 하나(90누1731),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는 등(2011다78804) 일관되지 못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중 근로기준법상 캐디의 근로자성을 부정한 대법원 판결(2011다78804)의 판결이유를 살펴보면, 업무 수행과정에서 골프장측으로부터 구체적인 지휘𐩐감독을 받고 있지 않다는 점을 언급하고 있는데 골프 라운딩 중 캐디가 무전기를 통하여 골프장 측으로부터 수시로 게임진행을 빨리하라는 업무지시를 받고 경기가 지연될 경우 소위 마샬이라고 부르는 골프장 측 직원이 직접 캐디에게 신속한 경기진행을 요청하는 경우도 흔히 있는 것을 보면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다.

캐디의 경우 골프장의 지시를 받고 내장객들의 경기진행을 보조하는 것이 주된 업무이고, 고객응대법이나 진행상황에 대해 골프장 측으로부터 교육을 받기도 하며, 골프장이 캐디의 배치(시간대) 등을 결정하고, 신입캐디의 경우 골프장 인근에 숙소를 제공하여 숙식을 하게 하는 등 여러 사정을 고려할 때 캐디는 ‘임금의 성격을 가지는 캐디피를 목적으로 사업장인 골프장에 근로를 제공하는 사람’으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이러한 이유로 하급심 판결의 경우 점차 캐디를 근로자로 인정하는 추세이고, 고용보험위원회도 캐디 등 특수형태 근로종사자 5개 직종에 대하여 2022. 7. 1.부터 고용보험을 적용하는 방안을 의결하였고, 고용노동부는 이를 반영한 고용보험법 시행령 등을 곧 개정할 예정이다.

무늬만 개인사업자이지 실제로는 골프장의 지시를 받고 내장객들의 경기진행을 보조하는 캐디를 근로자로 인정하고 4대 보험, 퇴직금 등 이에 따른 근로자로서의 권리를 보장할 필요가 있고, 이를 통하여 골프장을 이용하는 골퍼들도 골프장 근로자로서 골프장이 직접 교육 및 관리하는 캐디를 통해 경기진행에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더불어 초보골퍼들이 미처 현금을 챙기지 못해 민망해하며 동반자들에게 캐디피를 빌리는 민망한 상황도 해결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법무법인 도원 변호사 : 장준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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