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구사고’와 골프장의 책임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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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일 | 2022-05-19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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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구사고’와 골프장의 책임 잘 맞은 티샷 후 세컨샷 준비를 한다. 공이 놓인 경사와 핀까지 남은 거리를 신중히 고려하여 샷을 하려는 순간 등 뒤가 싸한 느낌이 들고 불과 몇 미터 뒤에 툭하는 소리와 함께 공이 떨어진다. 뒷 팀 캐디가 달려와 사과를 하고 동반자들을 배려하여 그냥 넘어가기로 하지만 생각할수록 화가 나고 놀란 가슴을 진정하기가 쉽지 않다. 이런 위험천만한 상황은 대부분의 골퍼가 라운딩을 하며 한두 번은 겪게 되는 일이다. 골프 라운딩 도중 뒷 팀이 친 공에 앞 팀이 맞는 타구사고가 심심찮게 발생하고 있다. 이는 동반자 중 초보골퍼가 있다거나 여성동반자가 있어 남성골퍼의 티샷 후 레이디티(lady tee)에서 재차 티샷을 하는 등의 이유로 앞 팀의 진행이 지연되는 경우에 더욱 발생위험성이 높아진다. 이러한 경우 타구를 맞은 골퍼의 상해 등에 대한 피해에 대한 법적 책임은 누구에게 있을까. 법원은 사안에 따라 차이가 있기는 하나 샷을 한 골퍼, 경기를 보조한 캐디 그리고 골프장에게 모두 책임이 있다고 보고 있다(창원지법2019가합11179 등). 그러나 고저차 등으로 인해 티샷지점에서 세컨샷을 준비하는 앞 팀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쳐도 좋다는 캐디의 말에 따라 스윙을 하였다가 사고가 발생한 것이라면 골퍼의 책임을 묻기 어렵다. 공이 날아가는 거리를 예측하기 어려운 골프경기 중 발생한 사고에 대해서는 가급적 경기자들의 면책권이 보장되어야 된다는 것이 최근 판례의 흐름이기도 하다. 반면 앞 팀의 상황을 주의 깊게 살피지 못하고 티샷을 해도 좋다고 한 캐디나 그 사용자로서 전반적인 안전주의의무를 부담하는 골프장은 타구사고에 대한 책임이 골퍼보다는 무거워질 수 있다. 그러나 이에 앞서 이러한 뒷 팀 타구사고가 빈번히 발생하는 근본적인 원인에 대해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현재 대한민국은 골프붐이다. 취미로 골프를 시작하는 젊은층이 늘어났고, 코로나로 인해 장기간 해외여행이 어려워져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골프를 즐길 수 있는 해외골프를 즐기던 사람들이 국내 골프장으로 몰려 골프장들은 유례없는 호황을 누리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일부 골프장이 최대한 많은 이용객들을 받아 수익을 극대화하려다 보니 팀사이 간격이 약 7분 정도로 상당히 짧고 빠른 진행을 위하여 오비티, 해저드티 및 그린 위에서의 컨시드 등을 적용하는 것도 모자라 골프장측은 무전으로 라운딩 과정에서 담당 캐디에게 빠른 진행을 하도록 수시로 재촉을 하고 있다. 세계에서 골프를 가잘 잘 친다는 사람들이 모여 치루는 대회인 마스터즈와 디 오픈 대회의 티타임 간격이 1조 2인 기준 각 10분, 11분임을 고려하면 대부분이 초보골퍼들인 상황에서 7분의 티간격이 얼마나 빡빡한 것인지 알 수 있다. 현실이 이러니 골프장의 지시에 따를 수밖에 없는 캐디로서는 이러한 골프장의 빠른 진행요청에 이용객들이 빨리 치고 빨리 이동하도록 재촉할 수밖에 없고, 앞 팀의 진행이 지연되기라도 하면 충분히 안전이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뒷 팀에게 티샷을 치도록 허용하여 위험한 상황이 생기거나 공에 맞아 큰 부상을 입는 사고가 발생하는 것이다. 이처럼 뒷 팀 타구사고는 근본적으로 대부분의 골프장이 이용객들에게 빠른 진행을 강요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것이고, 그 배경에는 일부 골프장이 수익창출을 극대화하기 위하여 당초 이용객들의 실력을 고려하지 않고 티간격을 지나치게 짧게 잡아놓은 사정이 있다. 이러한 사정을 고려하여 법원은 뒷 팀 타구사고에 대하여 보다 적극적으로 골프장의 책임을 인정할 필요가 있고, 이를 통해 골프장으로 하여금 이용객들에게 타구사고에 대한 책임을 전가할 것이 아니라 스스로 이용객들의 안전을 위하여 캐디에 대한 안전교육 등을 더욱 철저히 하고 나아가 티간격을 현실에 맞게 여유 있게 잡는 등의 대책을 마련하게 할 필요가 있다. 몇 달간 열심히 연습하여 기대하던 라운딩을 간 초보골퍼가 정신없이 빨리 치라는 기억만 남기기보다는 골프장의 아름다운 조경도 감상하고 동반자들의 스윙도 지켜보며 여유 있게 라운딩을 즐긴다면 다시 라운딩을 할 마음이 들고 이는 결국 이용객과 골프장에게 모두 좋은 상황이 될 것이라는 생각은 너무 이상적인 것일까. 골프는 빨리 치기 경쟁이 아닌 매너와 배려의 스포츠다. 그리고 모든 스포츠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참가자의 안전이므로 캐디나 골프장의 재촉과는 관계없이 자신만의 여유와 평정심을 유지하는 것이 사고의 확률을 줄일 수 있는 지혜다. 법무법인 도원 변호사 : 장준형 [저작권자 (c)뉴스케이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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