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도원

‘타구사고’와 형사책임

지난 해 2월 경남의 한 골프장에서 라운딩을 하던 50대 동창 중 한 명이 친 공이 불과 10미터 앞에 있던 캐디의 얼굴을 강타하여 각막이 손상되고 코뼈가 골절되었으며, 얼굴 살점 일부가 떨어져 나가는 큰 부상을 입었음에도 캐디를 교체한 후 18홀까지 라운딩을 계속하여 전 국민의 공분을 산 일이 있었다. 이들은 라운딩을 마친 후에도 캐디의 연락처를 물어보는 등의 후속 조치 없이 그대로 집으로 돌아갔는데, 사건발생 후 1년여가 지날 때까지 어떠한 사과나 배상이 없자 결국 캐디가 가해자를 고소하기에 이르렀고 검찰조사 결과 중과실치상죄로 기소되어 현재 법원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골프 라운딩 중 타구 사구로 누군가 부상을 입었다면 공을 친 골퍼나 경기를 보조하던 캐디가 민사상 금전배상책임과는 별개로 형사상 처벌을 받게 될까.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형사처벌의 가능성이 상당히 낮기는 하나 피해자의 부상 정도가 심각하고 가해자 또는 캐디의 과실이 크다면 형법상 과실치상죄로 처벌받을 가능성이 있다.

스포츠 경기 중 경기가 과열되면서 또는 의도치 않은 실수로 부상을 입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그러나 이 경우 경기에 참가중인 가해자에게 원칙적으로 과실치상죄 등 형법상 죄가 성립하지는 않는다. 스포츠 경기에서는 서로가 일정 정도의 부상위험을 용인하였다고 보고 있고 이는 형법상 정당행위 또는 승낙을 받은 행위로 위법성이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래와 같은 판결에서 보듯이 공을 뒤로 보내는 등 골퍼의 과실이 매우 크거나, 가까운 거리에 사람이 있어 타구사고의 위험성이 상당히 있음에도 캐디가 쳐도 좋다고 한 경우 등 주의의무 위반의 정도가 크고, 피해자의 부상이 심각한 경우 법원은 예외적으로 유죄를 인정하고 있다.

라운딩 도중 공을 뒤로 보내 뒤에 있던 캐디가 이를 맞고 상해를 이은 사건에서 법원은 골프경기 중 골프공을 쳐서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자신의 등 위편으로 보낸 가해자에 대하여 과실치상죄를 인정하였고(2008도6940), 동반자가 전방 40미터 지점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쳐도 좋다는 캐디의 말을 듣고 친 공에 앞사람이 맞아 안와골절 등 중상을 입은 사건에서 캐디에게 업무상 과실치상죄를 인정하기도 하였다(울산지법2020고단1268).

이러한 타구사고를 사전에 예방하고 앞에 사람이 있는 경우 안전한 지역으로 이동 후에 공을 치는 등 사고가 발생하지 않는 것이 우선이나, 불가피하게 타구사고가 발생하였고 거기에 공을 친 골퍼의 과실이 상당하고 피해자의 부상정도 또한 심각하다면 피해자에 대한 병원이송 등 응급조치와 함께 진정어린 사과와 치료비 및 위자료 등에 대한 금전적 배상을 하고 합의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형법은 과실치상죄를 반의사불벌죄, 즉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을 경우에는 처벌할 수 없도록 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이러한 합의는 늦어도 1심 판결 선고 전에 이루어져야 유효한 것이고, 그 이후 항소심 등에서 합의가 되더라도 양형에 참작하는 사유가 될 뿐 처벌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반면 골프장에서 근무하는 캐디의 경우 타구사고에 대해 죄가 인정된다면 골퍼와는 달리 업무상 과실치상죄가 성립하는데 이는 반의사불벌죄가 아니므로 합의를 하더라도 양형사유만 되고 처벌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골프장에서의 경기보조를 업으로 하는 캐디의 경우 죄가 인정될 경우 일반적인 골퍼보다 그 책임을 조금 더 무겁게 본 것이다.

골프에서 타수보다는 타구의 질이 중요하고, 그 보다 우선되어야 할 것은 동반자나 캐디에 대한 매너이다. 그러나 그 모든 것보다 앞서는 것은 골프 라운딩에 참가하는 모든 사람의 안전임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법무법인 도원 변호사 : 장준형

[저작권자 (c)뉴스케이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