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적 보험사기 권하는 사회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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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일 | 2022-05-19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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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적 보험사기 권하는 사회 소설 제목 ‘술권하는 사회’처럼 우리나라는 단언컨대 보험사기를 권하는 사회다. 명문대학을 나와 자칭 똑똑하고 잘나간다는 엘리트, 지식인들까지 합세하여 조직적으로 보험사기를 저지르고 있지만 그 어느 누구도 범법이라 생각하지 않는 것은 물론 부끄러움조차 모른다. 여기에 법원의 일부 판사들까지 “적정 입원기간을 초과하여 입원한 것이 의심되고 질병의 증상을 다소 과장하더라도 치료에 보다 편리한데다가 보험금까지 지급되는 입원치료를 선호하는 것이 이상할 리 없다”는 판결을 내려버린다. 이해되지 않는 것이 또 있다. 가장 보수적이라고 여겨지는 법원에서 보험계약자의 보험사기로 인한 계약을 민법 제103조에 근거하여 무효로 선언하고 있는 것이다. 일견 보험사기가 밝혀지면 계약을 무효로 하는 것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듯한 태도인데 여기엔 치명적인 오류가 내재돼 있다. 즉, 민법상의 사기와 보험사기가 동등한 무게로 인식되고 있는 것이다. 민법에서 사기를 상정하는 개념은 대등한 당사자 간의 문제이다. 예를들어 시세 100만원의 물건을 200만원으로 속여 파는 행위는 상대편이 거짓임을 알고 물건을 사지 않으면 그 행위자체로 피해보는 사람이 발생하지 않는다. 거래가 실제 발생했다 하더라도 사기로 물건을 판 사람이 나머지 차액을 반환(원상회복)하면 그만이다. 그러나 보험사기는 사기를 저지른 사람은 아무 피해 없이 피해자가 일방적인 피해를 입게된다. 형법상의 사기에 가깝다는 말이다. 하다못해 사적인 계 모임에서 계주가 횡령을 하고 도주하는 것은 물론 차후에도 곗돈을 돌려주지 못하게 되면 횡령죄로 형사처벌을 받게 된다. 그럼에도 수만명이 낸 보험료는 공금의 성격이 분명함에도 사기를 저지른 행위를 민법 조항으로만 판단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보험계약에 의해 가입자들이 낸 보험료를 당사자간의 사적인 금전계약(유상쌍무계약)으로 착각하여 사기라도 원상회복만 하면 그만이라는 민법상의 사기개념과의 혼동에서 발생하는 것이며, 보험계약법적 쟁점을 보험법(우리 보험법은 상법의 일부이다)이 아닌 민법의 일반조항에 의하여 판단하기 때문이다. 상법에 보험사기에 대한 규정이 없어 발생하는 이 문제는 우리 사회의 규범이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는 전형적인 사례이며 그에 따라 법과 제도의 개선이 시급한 사안이다. 앞서 잠시 언급한 실제 사례를 자세히 살펴보자. A는 2009년 7월경부터 2010년 7월경까지 1년간 총 11건의 보험계약을 체결하였다. 확인된 사실에 의하면 그 당시 A는 재산도, 일정한 수입도 없었다. A는 대부분 보험모집인의 권유가 아니라 본인 스스로 보험계약을 쳬결하였는데, 중복보상이 가능하고 보장성 보험의 성격이 가능한 계약을 주로 가입하였다. 이후 A는 혼자서 화장실에서 넘어지는 등 객관적 입증이 곤란한 내용의 보험사고를 이유로 11회 이상, 총 229일 정도의 장기간 입원치료를 반복하며 약 1억 4천만원의 보험금을 받았고, 이후 보험사와 보험계약 무효 여부를 두고 법적 다툼을 벌이게 됐다. 재판 진행 경과를 보면, 1심 법원은 민법 제103조 위반을 이유로 보험계약을 무효로 판결하였지만, 2심 법원은 1심 법원의 보험계약 무효 판결을 뒤집었는데,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① 보험계약 중 일부 적립성 보험료가 포함되어 있다. ② 의사 진단서를 첨부하여 보험금을 청구하였다. ③ 보험사가 보험금 지급 당시에 지급 심사를 하였다. ④ 진단명이 염좌, 위궤양, 치질 등인데 입원 치료가 필요하다. ⑤ 적정 입원기간을 초과하여 입원한 것이 의심되기는 하지만, 입원일수에 따라서 보험금이 지급되는 다수의 보험에 가입한 자로서, 질병의 증상의 다소 과장하더라도 치료에 보다 편리한데다가 보험금까지 지급되는 입원치료를 선호하는 것이 이상할 리 없다. 또한 입원 후에도 그 증상이 완전히 나을 때까지 가급적 입원 치료를 계속하려고 하는 것도 마찬가지로 이상할 리 없다.” 결국 2심법원은 질병의 증상을 다소 과장하여 입원하거나 적정 입원기간을 초과하여 입원치료를 받았다는 사정만을 가지고 당초의 보험계약이 반사회질서행위에 해당한다고 단정하기는 어려워 민법 제103조에 반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2심 법원의 판결 내용중 읽는 사람의 눈을 의심케 하는 부분은 ⑤번의 내용이다. 이를 다른 경우로 각색해 보면 “초과근무 기록을 허위로 작성하고, 공금을 다소 편취하더라도 편취액이 생활에 보탬이 되는 데다 회사가 이를 모르고 월급까지 주는데 횡령을 하는 것이 이상할 리 없다. 장기간이지만 소액의 공금을 횡령했다는 사정만으로 그 행위가 반사회 질서행위에 해당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라는 말처럼 들린다. 그러나 다행히도 대법원(3심, 대법원 2015. 2. 12. 선고 2014다73237 판결)은 2심을 파기하고, 민법 제103조위반을 이유로 보험계약 무효를 선언하고, 보험사의 보험금 반환청구 및 보험계약 무효확인 청구를 인용하였다. 대법원이 이와 같이 판단한 주요한 근거는 “① 수입에 대한 객관적 자료가 전혀 없다. ② 보험료 납입에 필요한 다른 재산도 없다. ③ 11개 보험계약에 대한 보험료 액수가 과다하다. ④ 1년 사이에 11건의 동종 보험계약을 체결하였는데, 어떤 날은 하루에 2개의 보험회사와 2건의 보험계약을 체결하기도 하였다. ⑤ 11건의 보험계약 중 2건만이 보험모집인의 권유에 의하여 체결되었고, 나머지는 모두 적극적 자의에 의하여 체결되었다. ⑥ 화장실에서 넘어지는 사고로 23일을 입원하는 등 약 2년간 입원과 퇴원을 반복하면서 입원기간이 총 229일에 이르고 그에 따른 보험금을 약 1억4천만원 정도 지급받았다. 입원횟수와 입원기간은 상당히 잦고 길며, 지급받은 보험금은 지나치게 과다하다. ⑦ 비례보상, 중복보상에 관하여 알고 있으면서 비례보상되는 의료실비 항목에 관하여는 1건의 보험만 가입하고, 나머지 보험계약에 있어서는 이를 의도적으로 제외하고 입원기간 중의 일당 등 중복보상되는 항목이 집중적으로 보장되는 보험에 가입하였다. ⑧ 가입한 보험은 대부분이 저축성 보험의 성격보다 보장성 보험의 성격이 강한 것이다.”였다. 결론적으로 대법원은 재산 상태, 다수 보험계약 체결 경위, 보험계약의 규모와 성질, 보험계약 체결 후의 정황 등 제반 사정을 종합하여 민법 제103조,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한 사항을 내용으로 하는 법률행위는 무효”라는 판결을 내렸고, 이를 통해 우리 법원의 보험사기에 대한 태도를 일부 확인할 수 있다. 즉, 우리 법원은 보험사기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사기에 의한 보험계약을 계약법적으로 통제할 필요가 있다는 고려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는데 상법(보험법)에 사기에 의한 보험계약을 다루는 내용이 없다 보니 민법 제103이라는 일반법원칙을 차용하기에 이른 측면이 있다. 그런데 민법 제103조는 일반조항으로서 그 법적 개념이 추상적이고 일반적이다. 따라서 이러한 일반 조항에 의존하는 경우에는 위 사례에서 보는 바와 같이 법원 판사의 인식이나 재량에 따라서 같은 사안이 전혀 정반대의 결론에 도달할 수 있다. 이는 사회 일반의 법적안정성을 해치고, 계약관계에서 예측가능성을 심히 떨어뜨리게 되어 규범으로서의 기능과 역할을 다하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앞서 잠시 언급한대로 보험사기는 그 성질상 악의적인 금융범죄의 성격을 지니므로 단순한 사인간 계약의 사기 행위와는 차원이 다르다, 보험사기의 본질적 성격은 단순히 민법상 대응한 당사자를 염두에 둔 계약상의 사기라기 보다는 형사법상의 사기죄에 더 가까운 속성이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보험사기는 보험사 및 보험자 단체라는 피해자가 존재하고, 사기적 계약 의사 실행을 통하여 불법적이고 부당한 이익을 얻겠다는 악의가 존재하며 실제로 그 악의가 실행된 것이기 때문이다. 어떤 이는 주장하기를 사기라 함은 민법에 따라서 취소할 수 있는데, 무슨 상법(보험법)에 보험사기를 무효로 규정할 필요가 있느냐고 주장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는 근대의 계약법 도그마에 빠져서 현실에서 발생하는 보험사기의 폐해를 제대로 보지 못하는 데에 기인하는 잘못된 생각이라고 할 것이다. 이와같은 이유 때문에 다른 여러나라들은 사기적 보험계약에 대하여 보험법에 별도로 그 요건과 효과를 규정하여, 사인간의 사기행위와는 다르게 취급하고 있다. 독일의 경우에는 악의적인 기망을 이유로 한 보험계약은 보험자가 취소 할 수 있도록 하며, 취소하더라도 보험자의 권리는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하여 취소시까지 보험료는 보험자에게 귀속되도록 한다. 프랑스의 경우에는 사기적 보험계약은 무효라고 규정하고 있다. 종래 우리나라에서도 보험사기의 심각성과 보험계약법적인 규정의 필요성을 인식하여 보험법 개정안에 사기에 의한 보험계약의 경우에 무효로 한다는 개정안을 준비하고 논의한 바 있다. 하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보험법 개정이 이루어지지 못하면서 현재도 개별 사안들에서 법원별로 예측하기 어려운 판결들이 양산되고 있다. 우리 법체계는 영국이나 미국법과는 달리 법원의 판사에게 법형성 권능을 부여하고 있지 않고, 독일이나 프랑스처럼 성문법주의를 채택하고 있다. 법원이 위 대법원 판결문에서 표현하고 있는 것처럼 판단기준들을 제시하고는 있지만, 보험법개정을 통하여 입법화 되지 않는 한 문제해결을 통일성있게 정리하기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지금도 사기적 보험계약에 관하여 법원 판사의 성향이나 인식의 정도에 따라서 제각각인 판결들이 나오고 있다. 따라서 보험계약에 있어서의 선의성을 유지하고 사기적 보험계약을 통제하기 위한 보험법 개정이 절실하다고 할 것이다. 보험사기행위는 보험계약 체결시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며 보험금 청구단계에서 발현되는 사례도 많은데, 보험계약자와 보험모집인이 기망행위를 공모하거나 조장하는 경우도 상당하다. 최근 보험업계는 이른바 ‘백내장 치료 보험금’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1년에 백내장 치료비로 1조원이 넘는 보험금이 나가고 있어서다. 물론 보험료를 냈으니 제대로 치료를 받고 건강을 회복하는 것이 우선이다. 하지만 일부 대도시 안과를 중심으로 백내장 수술환자를 모으기 위해 숙박비나 알선비 등을 제공하는 등 의료법 위반행위들이 만연하면서 대다수 건강한 선량한 실손의료보험 가입자의 보험료가 올라가니 문제다. 보험가입을 이유로 10여분 수술에 천만원 넘는 비용을 청구하는 의사와 병원 사무장, 환자 알선책 등 관련자 들은 얘기한다 “호텔에 잠재워주고 수술잘해 손해보는 사람없는데 뭐가 잘못이냐고..” 하지만 환자를 알선하고 수수료 받고 숙식제공하며 수술하는 행태는 조직적 보험금 편취범죄와 다르지 않다. 개인이 무의식 중에 저지르게되는 경미한 연성보험사기와는 달리 엘리트 교육을 받았으며 훌륭한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아무런 죄책감 없이 의도적, 조직적으로 저지르는 보험사기는 소홀히 다룰 문제가 아니다. 그리고 그 재원은 공금과 다르지 않은 다수의 가입자가 낸 보험료다. 민법상의 사기와 확연히 다를뿐더러 조직적 공금횡령과 같다는 것이다. 지금 이순간 우리주변에선 보험영업조직의 욕심, 보험계약자의 낮은 도덕의식, 의료기관 등 유관기관의 모럴헤저드가 여러 갈래로 엮여서 사기적 보험금 청구가 계속되고 있다. 보험법 분야에서 현재 가장 필요한 법적·제도적 개선 사항은 악의의 기망행위에 의한 보험사기를 보험계약법적으로 무효화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다면, 우리 사회는 여전히 보험사기를 권하는 사회로 남게 될 것이다. 법무법인 도원 대표변호사 : 홍명호 [저작권자 (c)손해보험협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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