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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윤창호법 위헌 판결 - 이제 다시 시작이다!
게시일 2022-0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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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창호법 위헌 판결 - 이제 다시 시작이다!



20049월 한 대학생이 서울 강남구에서 아파트 앞 3차로 도로를 횡단하다가 승용차에 부딪혀 약 122주간의 치료가 필요한 중상을 입었다. 그 후 그 대학생은 뇌손상으로 인한 좌측 편마비와 안면마비가 오는 등 심각한 교통사고 후유증을 앓게 되었고. 결국 학업을 중단하게 되는 사건이 있었다. 그러나 교특법에 따라 가해 운전자에게 공소권 없음의 불기소 결정이 내려지자 피해자는 교특법 제4조 제1항이 국가의 기본권 보호의무에 관한 과소보호 금지원칙에 위배되고, 헌법상 평등권 및 재판절차진술권을 침해하였다고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다.


헌법재판소는 이 사건에 대하여 2009226일 중상해의 경우에 위헌이라는 결정을 하였는데, 주문에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제4조 제1항 본문 중 업무상 과실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한 교통사고로 말미암아 피해자로 하여금 중상해에 이르게 한 경우에 공소를 제기할 수 없도록 규정한 부분은 헌법에 위반된다고 명기했다.


이러한 헌법재판소의 결정은 교특법의 불합리성을 인식하여 피해자의 상해가 중상해에 해당되는 경우에만 위헌이라고 인정한 것으로서 입법자의 의사도 유지하면서 중상해의 경우에는 기소할 수 있도록 한 절충적 견해이다. 중상해라는 개념의 불확정성을 비판하는 견해도 있지만, 일정 정도 교특법 조항의 불합리성을 국가기관이 인정하였다는 점에서는 의미가 있는 결정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차보다 보행자를 보호하여야 한다는 인식이 사회적으로 정착되지 않은 상태에서 2019년 소위 민식이법이라고 하는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특가법이라 한다) 및 도로교통법이 개정되는 불행한 사고가 발생한다.


2019911일 당시 만 9세이던 민식이는 동생(7)과 함께 충남 아산의 중학교 앞 어린이 보호구역에서 도로 맞은편에 있는 어머니가 일하는 가게로 가기 위해 신호등 없는 횡단보도를 건너다가 차에 치었다. 이 사고로 민식이는 사망하고 동생은 전치 2주의 상해를 입었다.


이 사고 후 특가법을 개정하여 소위 민식이법을 개정하였는데, 어린이 보호 구역에서 어린이 상해의 경우 1년 이상 1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상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하고, 어린이가 사망한 경우에는 벌금형은 없고 무기징역 또는 3년 이상의 징역형에 처할 수 있도록 처벌 규정이 가중되었다. 그런데 이 법 또한 너무 급하게 처리되다 보니 법으로서 행위와 처벌의 불균형, 일률적으로 과도한 법정형 등 법리적 비판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비슷한 사례로 대학생이었던 윤창호씨는 카투사에 복무하던 중 휴가를 나왔다가 2018925일 만취 상태로 음주운전을 하던 차량에 치어 뇌사 상태에 빠졌다가 그해 119일 사망했다. 이에 윤창호씨의 친구들은 국민청원을 통해 음주 운전자를 강력하게 처벌하는 법률을 만들어 달라고 호소해 이른바 윤창호법이 발의되어 국회에서 본회의를 통과해 시행되었고 이후 음주 운전과 관련된 처벌이 강화되었으며 단속 기준도 강화되었다.


그러나 지난 526일 헌법재판소는 2회 이상 음주운전을 하거나 음주측정을 거부한 운전자를 가중처벌하도록 한 도로교통법(이른바 윤창호법) 조항이 위헌이라고 결정했다. 지난해 11월 음주운전 재범을 가중처벌하는 부분에 위헌 결정을 내린 데 이어 나온 판결이다. 과거의 위반 전력 등과 관련해 아무런 제한도 두지 않고 죄질이 비교적 가벼운 유형의 음주운전 또는 음주측정 거부 재범 행위에 대해서까지 일률적으로 가중처벌하는 것은 책임과 형벌 사이의 비례 원칙에 위반된다는 이유에서다.


이에따라 지난 62일에는 대법원 형사3부도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위험운전치사·치상)과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측정거부)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4년을 선고한 원심을 직권 파기하고 사건을 제주지법으로 돌려보냈다. (202117335)


음주운전 전과가 있는 A씨는 술을 마신 상태에서 운전을 하다 보행자 2명을 차로 쳐 1명을 사망케 한 혐의(위험운전치상 및 위험운전치사)와 경찰관의 음주측정 요구를 거부해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지만 헌재가 현행 도로교통법의 음주운전·음주측정거부 가중처벌 규정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리면서 판결의 근거가 된 법 조항이 효력을 잃게 됐다. (2021헌가32)

이처럼 1982년에 제정된 교특법이 가해자 중심적 운전문화를 형성하게 만들었고, 그 이후 수십년이 지나서 우리 사회의 난폭한 운전문화가 문제 되자, 2019년에는 어린이 보호라는 목적과 중복적인 음주운전의 문제로 인해 과도한 입법이 형성된 것이다. 이는 제도와 문화의 반작용이 너무 충격적으로 반응한 결과로 보인다.


이처럼 교통관련 법만 보더라도 반세기 동안 우리 사회가 얼마나 역동적으로 발전해 왔으며 그로인한 시행착오들이 많았지만 이제는 사회적 합의와 인식의 변화로 인해 선진국에 걸맞는 제도로 법이 바뀌고 있음을 확인하게 된다.


그러니 민식이법과 윤창호법이 바뀌고 후퇴했다고 실망하지 말자. 이제야 말로 법이 없어도 우리 모두가 민식이와 윤창호씨와 같은 이들을 지켜낼 수 있다는 시험대에 서게 된 것이다. 그것이야 말로 민식이와 윤창호씨가 진정으로 원하는 사회일테니까 말이다.


법무법인 도원 대표변호사 : 홍명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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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링크: https://insnews.co.kr/design_php/news_view.php?firstsec=5&secondsec=51&num=699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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