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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사고 형사합의금의 성격과 보험 보상
게시일 2022-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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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사고 형사합의금의 성격과 보험 보상


우리나라 자동차 등록대수는 20223월 기준 2500만대 이상이며 경찰에 신고되는 교통사고 건수만 연간 20만건에 달한다. 운전하다 사람을 다치게 한 경우에는 업무상과실치상죄에 해당하는데 이렇게 연간 20만건에 이르는 교통사고에서 가해자를 일일이 형사처벌한다면 많은 국민이 범죄자가 되는 결과가 초래되므로 가해자가 보험 등에 가입한 경우에는 특정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교통사고처리특례법(이하 교특법’)에 의하여 공소를 제기할 수 없도록 되어 있다. 최대한 보험사를 통해 민사적으로 해결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민사적인 문제가 형사적인 문제와 동시에 발생하는 경우가 있다. (a)가해자가 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경우 (b)가해자가 보험에 가입했더라도 사망사고, 뺑소니사고, 시체유기사고, 교특법상 12대 중과실사고 중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 (c)보험에 가입했으나 피해자가 중상해를 입은 경우에는 공소제기가 가능하므로 가해자는 형사처벌을 받게 될 위험에 놓이게 된다. 이 때 (b)의 경우에는 형사처벌은 불가피하나 피해자의 탄원서가 있다면 재판 시 양형 참작 사유가 되며, (a)(c)의 경우에는 반의사불벌죄가 되기 때문에 피해자와 합의가 있다면 형사처벌을 피해갈 수 있다. 따라서 위 경우에 가해자는 피해자와 합의를 하기 위하여 필사적으로 노력하게 된다.


이때 가해자가 형사처분을 경감받을 목적으로 피해자의 선처 의사표시를 구하는 대가로 민사상 손해배상금 이외에 별도로 지급하는 금전을 형사합의금이라고 한다. 그런데 대법원은 불법행위의 가해자에 대한 수사 과정이나 형사재판 과정에서 피해자가 가해자로부터 합의금 명목의 돈을 받고 가해자에 대한 처벌을 원하지 아니한다는 내용의 합의를 한 경우 그 합의 당시 받은 돈을 특히 위자료 명목으로 받는 것임을 명시하였다는 사정이 없는 한 그 돈은 재산상 손해배상금의 일부로 지급되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201228684)고 판결하여 위로금 명목으로 받았다고 명시하는 등 특단의 사정이 없다면 형사합의금을 재산상 손해배상금의 일부로 보고 있다.


흔히 형사합의를 하는 피해자들은 법률적 지식이 부족하므로 가해자 개인에게 받는 형사보상금과 보험사로부터 받는 보험금 청구권을 별개로 생각한다. 가해자와 별도의 독립된 합의에 근거해 받는 돈이기 때문에 나중에 보험사가 지급하는 보험금에서 공제될 것이라고 미처 예상하지 못하는 것이다. 따라서 아무런 준비 없이 형사합의금을 받고 보험금 청구를 한다면 형사합의금을 공제하겠다는 보험사 답변에 무척 당황스럽고 억울할 수 있다.


자동차보험의 경우 보험사가 피해자에게 직접 피해를 보상해주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가해자와 보험사 간 체결한 보험계약에 의해 가해자의 재산상 손해, 즉 피해자에 대한 손해배상채무를 보험사가 보전해주는 것이다. 보험사는 가해자의 손해배상채무를 병존적으로 인수하기 때문에 위 형사합의금 역시 가해자의 재산상 손해라고 본다면 보험사는 피해자에게 형사합의금 상당을 지급하고서도 여전히 가해자에게도 동 금원을 지급하여야 하는 의무가 있다. 이러한 이중지급의 위험 때문에 보험사는 피해자에게 보험금을 지급할 때 형사합의금의 공제를 항변한다. 이렇게 되면 피해자는 보험 계약에 따라 보험사로부터 정당하게 받아야 할 금원 중 일부를 가해자로부터 형사합의금이라는 명목 하에 받은 것일 뿐 실질적인 보상 없이 가해자의 형사처벌만 면하게 해주는 억울한 결과가 되므로 형사합의 자체가 무의미해질 수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부당한 경우를 방지하고 형사합의금도 받으면서 피해자가 보험금 전액을 보전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채권양도 방식을 활용하면 충분히 가능하다. 형사합의서 작성 시 가해자가 보험사에 가지는 형사합의금에 대한 보험금 청구권을 피해자에게 양도한다는 문구를 기재하고 가해자가 보험사에 이를 통지하면 된다. 가해자의 보험사에 대한 청구권은 별개로 존재하며 채권양도 통지를 통해 보험사의 이중지급 위험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태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많은 피해자들이 채권양도 방식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긴 하지만 법률적 조언을 받지 못하는 피해자들은 여전히 사각지대에 있다. 아무런 대비 없이 피해자가 형사합의금을 덜컥 수령한다면 정당한 형사합의금을 받지 못하게 될 뿐만 아니라 가해자는 아무런 손해 없이 교특법 예외 조항을 역이용하여 형사처벌을 면하게 되는 부당한 결과가 발생하게 된다.


이는 애초에 법원에 보험금 청구소송을 제기하였을 때 법원이 형사합의금을 재산상 손해와 동일하게 보아 보험사의 주장을 받아들여 보험금에서 자동으로 공제하고 있기 때문에 발생하는 결과이기도 하다. 생각건대 형사합의금은 금원이기는 하나 가해자의 형사처벌을 감면하는 대가 명목상의 금액이므로 실질적으로 발생한 재산상 손해와 구분되는 것이 상식에 부합한다. 실무상 형사합의금을 별도로 채권양도하여야 하는 번거로움을 피하고 사각지대에 있는 피해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법원이 형사합의금에 새로운 법적 성격을 부여하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한다.


법무법인 도원 변호사 : 김단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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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링크: https://insnews.co.kr/design_php/news_view.php?firstsec=5&secondsec=51&num=701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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