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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내기골프와 형사처벌
게시일 2022-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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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기골프와 형사처벌


라운딩에 있어 내기는 또 하나의 즐거움이자 집중력을 높여주는 요인이며 소위 도시락이 되지 않기 위해 연습에 매진하게 하는 동기부여가 되기도 한다.


내기의 방식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대표적으로 1타당 정한 금액에 각자의 최종 스코어의 차이를 곱해 진 사람이 이긴 사람에게 주는 스트로크방식(이 경우 실력에 따라 고수에게 핸디를 주기도 하고 실력이 동급인 경우 스크래치라고 해 핸디 없이 진행)이 있다.


각 홀마다 일정한 금액을 걸고 가장 적은 타수를 친 사람이나 팀이 홀상금(스킨)을 갖고 동타인 경우 다음 홀로 이월되는 스킨스방식도 많이 이용된다.


이뿐만이 아니라 K-pop을 비롯 K-culture 붐을 일으킨 대한민국의 저력처럼 골프장에서도 각종 창의적인 내기 방식이 넘쳐나는 곳이 우리나라 골프장이다.


앞서 설명한 스킨스, 스트로크는 기본이고 조폭 스킨스, 라스베가스, 후세인(최근엔 푸틴) 등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내기 방식이 사용되는 정글과 같은 곳이 국내 골프장이지만 내기 방식을 잘만 이용하면 그 정글이 약육강식의 살벌한 곳이 아니라 적은 비용으로 즐겁게 스트레스를 푸는 놀이터가 될 수도 있다.


그런데 종종 내기에 거는 돈이 지나치게 많거나 오직 내기 골프를 위해 상당기간 해외 원정까지 가는 경우가 있어 문제가 되곤 한다. 법원은 이처럼 거액의 돈을 걸고 상습적으로 내기골프를 친 경우 소득수준, 상습성, 참가자들의 관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지나치다고 판단될 경우 형법상 도박죄로 처벌하고 있다.


그런데 지난 2005년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스트로크 방식으로 1타당 50만원, 100만원의 거액을 걸고 32차례에 걸쳐 합계 8억원의 내기골프를 한 피고인들에게 무죄를 선고해 논란이 된 적이 있다(남부지법2004고단4361).


형법상 도박죄에 해당하려면 승패가 우연성에 좌우돼야 하는데 골프는 운동경기로서 우연보다는 경기자의 기량이 결정적으로 승패에 영향을 미친다는 이유 였다. 형법상 도박죄의 성립에 우연성의 문언적 의미를 강조해 내린 판결이나 일반 국민의 법감정에 반하고 거액의 내기골프를 조장할 수 있다는 등 상당한 비판을 받았다.


해당 판결은 이후 항소심에서 개인의 기량과 실력이 승패의 주요 요인이 되는 운동 경기의 경우에도 참가자들이 확실히 예견하거나 자유로이 지배할 수 없는 승패의 결과에 돈을 건다면 이는 도박에 해당할 수 있다며 피고인들에게 도박죄의 성립을 인정했다. 이에 징역 6월 내지 8월의 집행유예 또는 실형을 선고했고, 대법원도 항소심의 손을 들어줘 이를 확정했다.


생각건대 도박죄 하면 대표적으로 떠오르는 화투나 카드 등도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플레이어의 실력이 승패에 영향을 미치고, 판례가 언급한 도박죄의 보호법익이 정당한 근로에 의하지 아니한 재물의 취득을 처벌함으로써 경제에 관한 건전한 도덕법칙을 보호하기 위한 것임을 고려하면 거액을 걸고 상습적으로 내기골프를 친 경우 도박죄로 처벌한 위 항소심 및 대법원 판결은 타당해 보인다.


결국 골프라운딩에 있어 내기는 과하지 않을 때 라운딩의 즐거움 중 하나가 될 수 있고, 집중력을 높여주고 딱딱한 분위기를 풀 수 있는 등 긍정적 요인도 분명히 있다. 그러나 이를 넘어 과도한 돈을 걸고 지나치게 자주 내기를 하는 것은 형법상 도박죄에 해당해 형사처벌의 대상이 됨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법무법인 도원 변호사 : 장준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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