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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디자인과 브랜드 가치를 어떻게 보상하라는 말인가?
게시일 2022-08-23
첨부파일 2022. 8. 판례평석.pdf

디자인과 브랜드 가치를 어떻게 보상하라는 말인가?



20여 년 전 국산차를 타고 다니던 운전자가 고가의 외제차를 들이받아 보험회사의 보상금 외에 본인이 수천만원의 외제차 수리비와 렌트비를 물어내는 일들이 종종 있었다. 이 일을 계기로 과다한 외제차 수리비와 렌트비 문제가 공론화 되면서 피해자이면서 오히려 고가 외제차를 타고 다니던 가해자의 수리비를 물어줘야하는 가피해자 간 보험금 역전 현상 등 교통사고 보상에서의 불합리한 문제들에 대한 개선책이 논의되기 시작했다.


자전거를 타고 가다 벤츠 조수석 문을 10cm 긁은 75살 노인은 수리비로 2,500만 원을 청구받았다. 대학로에서 벤츠E320과 충돌한 소형차 운전자는 과실이 20%피해자였지만, 420만 원을 오히려 토해내야 했다. 이들은 자동자보험에 가입해 수리비 일부를 보험으로 처리할 수 있었지만, 보장한도를 2,000~3,000만 원으로 해 추가로 들어가는 비용은 본인이 현금으로 내야했다.”와 같은 사례들이 언론매체를 통해 소개되기도 했다.


이에 따라 금융감독원은 20109월 자동자 보험에서 대차의 경우 일부 렌트업체에서 약관상 명확한 대차료 지급기준이 없는 점을 악용하여 과도한 보험금을 청구하고 있어, 보험금 누수가 증가되고 불필요한 분쟁이 유발되고 있다는 판단에 따라 대차료 지급기준 개선방안을 발표하는 등 수차례에 걸쳐 대차료 관련 제도를 개선하겠다고 발표했지만 개선방안은 신속히 마련되지 않았다.


20157월이 돼서야 국회에서 외제차 수리비 및 렌트비 문제에 대한 공청회가 열렸다. 당시 신문 지상(아시아투데이)의 사설내용을 보자.


보험연구원은 외제차 문제의 예로 벤틀리를 예로 들었다. 지난해 싼타페 운전자가 벤틀리를 상대로 자기과실 100% 교통사고를 냈다. 벤틀리의 차량가는 약 3억 원인데 수리비로 15천만 원, 한 달 수리기간 동종 차량을 빌리는 렌트 비용이 하루 150만 원씩 4,500만 원이 나왔다. 결국 싼타페 운전자는 약 2억 원을 물어야 했다. 싼타페 운전자는 대물배상이 최대 1억 원인 자동차보험에 들어있어 추가로 1억 원을 내야 해서 경제적으로 큰 고통을 겪었다. 이와 관련, 연구원은 국산차 대비 외제차의 부품비(4.7), 공임(2.0) 등 수리비가 많고 자동차 수리기간 외산차 렌트비(3.6)도 턱없이 비싸다고 지적했다. 연구원은 또 수리가 지연되거나 부품이 늦게 도착해도 수리기간으로 인정해 수리비를 산정하고, 차량 렌트 가격도 대여 사업자가 마음대로 결정하는 등 보험금 지급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다. 외제차 자동차보험의 영업적자가 11,000억 원으로 불어난 것도 다 이유가 있었다.


외제차 보험료, 수리비, 렌트비는 시급하게 손봐야 할 자동차 관련 민원이다. 대책을 내놓지 않으면 외제차가 늘어나는 만큼 국산차 운전자들의 피해는 늘어날 것이다.


현재 등록된 외제차는 모두 1245,000여 대다. 전체 등록차량 2,055만여 대의 6%를 넘는다. 1~6월에만 외제차는 137,000여 대가 등록됐다. 같은 기간 신규 등록 차량의 15.2%나 된다. 외제차가 급증하며 외제차가 잘못해 사고를 내도 국산차 운전자가 돈을 물어내는 참담한 일도 생기고 있다. 연구원은 외제차에 의한 피해를 줄이기 위해 최대 5억 원인 자동차보험 대물배상 가입금액을 10억 원으로 늘려 보험 소비자의 경제적 위험을 해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타당한 주장이다. 또 고가 외산차와 국산차의 수리비 차이 축소, 불필요한 수리를 막기 위한 보험회사의 수리범위 지정, 수리 가이드라인 설정, 합당한 렌트비 규정 등을 촉구했는데 이 역시 즉각 시행해야 한다. 정부와 보험사는 외제차로부터 국산차 운전자를 어떻게 보호할지 고민해 하루빨리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그 후 자동차보험 보상에 있어 고가의 외제차에 대한 대차료 문제는 정부 대책반까지 만들어져 장기간의 논란과 사회적 합의 끝에 20164월에서야 개선방안이 시행된다. 이때 만들어진 것이 렌트비는 동급의 차 중 최저요금으로 차를 빌리는데 소요되는 통상의 비용이라는 기준이다.


여기서 통상의 비용이란 소비자가 자동차를 빌릴 때 소요되는 합리적인 시장가격을 의미한다. 당시 국민일보 보도를 살펴보자.


수입차 사고에는 배기량이 비슷한 국산차를 기준으로 렌트비가 지급되고, 자차 사고는 실제 수리한 경우에만 보험금이 지급된다. 금융감독원은 이 같은 내용의 자동차보험 표준약관 개정안을 확정해 다음달 1일부터 시행한다고 21일 밝혔다. 우선 렌트차량 제공 기준이 동종 차량에서 배기량연 식이 유사한 동급 차량 중 최저요금의 차량으로 바뀐다.


예를 들면 BMW520d가 사고를 당하면 같은 종류의 새 차 렌트비를 기준으로 하루 약 325,000원이 지급됐지만, 앞으로는 같은 배기량의 쏘나타를 기준으로 약 11만 원만 지급된다. 렌트 비는 지자체에 등록된 렌터카업체를 이용한 경우에만 지급된다. 무등록 업체를 이용하면 통상적 렌트비(대형 3개사 평균요금)30%만 지급된다. 렌트기간의 기산점(起算點)은 피해 차량이 정비업체에 인도된 시점으로 명확해진다. 또 렌터카 제공 기간은 최대 30일 이내에서 수리가 완료될 때까지 소요된 기간으로 하되, 부당하게 수리나 출고를 지연해 통상의 수리기간을 초과하는 렌트기간은 보상에서 제외된다.”


그 이후로 피해자의 찻값보다 비싼 렌트비보상 분쟁은 한동안 사라지는 듯 보였다.


2020915일에도 금융감독원은 교통사고를 당한 고가의 수입차량 운전자가 동급의 국산 중소형차량을 기준으로 대차료를 산정지급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내용의 민원에 대해 이렇게 답한다.


해당 자동차보험 약관의 대물배상 지급기준에서 대차를 하는 경우 대차료 인정기준액에 의하면, 대여자동차는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에 따라 등록한 대여사업자에게서 차량만을 빌릴 때를 기준으로 동급의 대여자동차 중 최저요금의 대여 자동차를 빌리는데 소요되는 통상의 요금이며, 여기서 동급이라 함은 배기량, 연식이 유사한 차량으로 규정하고 있다. 즉 고가의 수입차량의 경우에도 동 피해차량과 배기량, 연식이 유사한 차량을 기준으로 최저가의 렌트차량을 제공하는 것을 기준으로 대차료를 보상하도록 하고 있으므로, 보험회사의 업무처리가 부당하다고 보기 어렵다.”


그런데 최근 부산지방법원 재판부가 자동차를 수리하는 동안 다른 차를 빌려 탈 수 있는 대차료 손해와 관련한 납득하기 어려운 판결을 내놓고 있어 보험업계는 물론 법조계조차 우려의 시선으로 주시하고 있다.


부산지법의 판결 요지는 외제차가 파손되어 수리를 하는 동안 차를 빌리는 경우, 국산차 대신 동급의 외제차 즉, 차량의 배기량, 연식 외에도 차량의 가액, 주행성능, 디자인, 브랜드 가치를 따져서 급()에 맞게 대차를 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아마도 판결문에서 브랜드 가치를 언급한 것으로 보아, 차량이 파손되어 수리를 하는 며칠이라도 외제차를 타는 품위는 지켜줘야 한다는 취지로 보인다. 이를 풀어쓰면 일반인이 넘볼 수 없는 고가의 외제차를 타는 운전자는 그 외제차를 타면서 향유하는 무형의 감정, 디자인 비용까지도 보상을 해줘야 한다는 의미가 된다.


오비이락(烏飛梨落)이라 했나. 자동차 대차료를 디자인과 브랜드 가치까지 따져서 보상해야한다는 부산지법의 판결 이후 기다렸다는 듯이 대여사업자들의 동일 소송이 줄을 이었고 마치 복사기로 판결문을 찍어내듯 디자인과 브랜드 가치를 따져 보상해야 한다는 판결이 계속되고 있다.


세심하게도 외제차를 타는 운전자의 감정까지 충분히 보상해줘야 한다는 판결이지만 그 세심함에는 자동차보험의 사회적 기능은 제쳐두고라도 판결을 위한 핵심요소라 법원이 놓치지 말아야 할 배상책임의 법리가 빠져있다.


우리나라에서 일어나는 대물배상 교통사고는 연간 275만건. 매일 7,500여건의 사고가 일어나고 그로 인한 다툼으로 과다한 사회적 비용이 낭비 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의도치 않은 과실로 어쩔 수 없이 일으키거나, 당한 교통사고에 대해 외제차의 디자인과 브랜드 가치 비용까지 부담하는 것을 대다수 국산차 운전자들이 납득할 수 있을까? 더군다나 그 판결이 배상책임의 법리와 맞지 않는다면 말이다.


배상책임은 통상의 손해를 보상하는 것이 민법의 법리이다. 자동차 소유자의 소위 하차감이나 주관적 만족도는 통상의 손해배상범위를 벗어나는 것이다. 더구나 배상책임보험에 대한 보상범위 판단은 보험에 가입한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에 동일한 결론에 도달하여야 하는데, 보험사가 보상한다는 이유만으로 일반적인 보상범위보다 확대하여 보상하여야 한다는 생각은 일종의 모럴해저드에 해당하는 부당한 일이다. 일부 법원의 법리에 어긋나는 온정주의적 태도는 심각한 사회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 자동차는 더 이상 과시용 재산이 아니다. 현대의 자동차는 단지 운송수단일 뿐이다. 더구나 소위 외제차라는 용어는 법 적 개념도 아니다. 단지 브랜드에 불과한 외제차를 손해배상 법리에서 다르게 취급할 이유는 어디에도 없는 것이다.


상황이 이러니 자동차보험에서 보상하는 범위는 보험에 가입한 다수의 국민, 우리 사회가 어느 정도까지 감당할 것인지 여부를 기준으로 판단 해야 함에도, 이에 대한 고민이 없는 판결이라는 우려들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대다수 국민들에게 자동차는 생활에 편리함을 제공하는 필수품으로 자리 잡은지 오래다. 그리고 이러한 자동차를 운행하다 발생한 손해를 담보해 주는 자동차보험 가입 역시 의무적이다.


자동차보험의 경우 책임보험은 법률상 가입을 강제하고 있고, 임의보험의 경우에는 교통사고 처리 특례법상 과실치상에 해당하더라도 일정 사유를 제외하고는 수사기관이 기소조차 할 수 없도록 하여 가입을 유도하고 있다. 이처럼 자동차 사고로 인한 손해는 자동차 운행자 개인의 책임으로 맡겨져 있는 것이 아니라 보험제도를 통하여 사회적으로 그 책임을 분산시키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자동차보험에서 사고로 인한 손해를 어느 정도까지 보상해 줘야 하는 판단은 자동차보험의 사회적 기능과 역할을 참작하여 결정해야 될 문제다. 과도한 보상은 결국 사회적 비용의 증가를 초래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자동차보험계약은 이를 판매하는 보험사와 가입자 사이의 개별적인 계약을 기초로 하고 있으나(사 법상의 대원칙인 계약자유의 원칙이 적용된다), 보험의 가입, 보상하는 손해의 범위, 보험료 등 대부분의 중요내용은 정부의 감독을 받고 있다.


일례로 자동차보험의 표준약관은 보험업감독 업무 시행세칙에서 규정하고 있다. 결국, 자동차보험 계약의 내용, 그 중 보상하는 손해의 범위까지 세세히 국가가 관여하고 있는 것이다.


자동차보험약관에서 최근 개정된 대차료에 관한 규정을 보면,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에 따라 등록한 대여사업자에게서 차량만을 빌릴 때를 기준으로 동급의 대여자동차 중 최저요금의 대여 자동차를 빌리는데 소요되는 통상의 요금이라고 하고, 이때 동급은 배기량과 연식을 기준으로 한다고 되어 있다.


이 약관에 따른다면, 외제차라 하더라도 배기량과 연식이 비슷한 국산차를 기준으로 대차료를 지급한다는 것이고 금융감독원 역시 이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제시하고 있다.


, 자동차보험의 사회적 역할을 감안하여 대차료는 임시적인 자동차의 사용가치를 충족하면 된다고 판단, 파손된 차량의 사용가치에 준하는 정도의 차량으로 대차를 해 주는 것으로 정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가 경제적인 파급효과까지 고려하여 수년 간의 검토끝에 피해자 보호, 그로 인한 사회적 비용의 증가, 대차의 범위에 관한 국민의 정서 등을 종합하여 정책적으로 판단하여 대차료의 범위를 정하고, 이를 표준약관으로 규정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마치 과거로 돌아간 듯한 부산지방법원의 판결이 나왔으니 모두가 그 파급 효과를 우려 할 수밖에 없다.


결국 부산지방법원 판결 이후, 여러 렌터카업체에서 소급해서 몇 년동안 받지 못한 대차료 차액을 청구하는 소송이 다수 제기되는 혼란이 발생하 고 있는 것은 당연한 결과다.


부산지방법원 판결은 100만 원 내외의 소액사건으로 이를 가볍게 생각하여 판단한 것으로 보이지만, 그 혼란은 사법부의 최종적인 판단이 있을 때까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사고로 인한 적절한 손해배상의 범위는 정책적인 측면, 손해배상 법리적 측면 및 사회적 합의까지 전체적으로 고려되어야 할 사항이다.


때문에 법원은 사회적 비용 부담의 증가를 고려하여 피해자 보호를 어디까지 해 줄 것인지 진지하게 판단해야 한다. 왜냐하면 사고로 인한 모든 비용의 출처는 바로 국민들이기 때문이다.


법무법인 도원 대표변호사 : 홍명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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