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메뉴 닫기
칼럼
중대재해처벌법의 목적과 실효성 논쟁
게시일 2022-12-04
첨부파일


중대재해처벌법의 목적과 실효성 논쟁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지 10개월여 지났다. 시행 전부터 많은 논란과 우려들이 있었지만 산업현장에서는 재해를 예방하기 위한 노력과 함께 안전관련 예산과 조직을 마련하느라 분주한 한해였다.


법 시행과 함께 고용노동부가 펴낸 중대재해처벌법 해설서에는 산업재해는 개인의 노력과 의지만으로 예방할 수 없습니다. ‘사람은 실수하고 기계는 고장난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안전보건 관리시스템을 구축해야 합니다라는 문구를 본문 시작 전에 서문으로 올려 놓음으로써 산업재해는 개인의 노력과 의지만으로 예방할 수 없으므로 체계적인 안전보건 관리시스템을 구축할 필요성 강조했다. 하지만 올 9월까지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483건에 510명이 사망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사망자가 오히려 8명이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안전보건법 등 안전 관련 법률들의 제정에도 불구하고 산업현장에서는 근로자들의 안전과 생명보다는 산업발전, 효율성, 수익성 등 경제적 논리가 우선됨으로써 각종 재해로 근로자 사상 사고가 늘어난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이러한 여론을 반영해 일하는 사람의 생명과 건강 보호는 경영책임자의 기본적인 의무라는 관점에서 산업재해로 인해 근로자나 종사자 등이 사상을 당하면 사업주나 경영책임자 등에 대한 처벌을 강화함으로써 재해사상을 줄이기 위해 만들어졌음에도 시행 첫 해부터 그 취지가 무색해지는 결과가 나타난 것이다.


최근에는 이 법의 실효성과 합헌성에 대해서도 법률가들 사이에 논쟁이 발생하고 있다. 이 법률의 위헌성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이 법률의 규정 내용이 형사처벌규정의 명확성을 요구하는 죄형법정주의에 반하고 행위자 책임과 부과되는 형법 사이의 균형성을 파괴하여 과잉금지 원칙에 위배되며 형법이나 산업안전보건법 등 다른 법률의 처벌 수준과 현저하게 차이가 발생하는 평등원칙에도 위반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 중대재해처벌법의 합헌성을 옹호하는 사람들의 논거도 강하고 명확하다. “이 법률은 20년 이상에 걸친 우리 사회의 끈질긴 입법운동의 산물이다. 즉 근로자의 생명과 건강 보호라는 사회적 합의가 있다. 사회 구성원의 합의를 반영한 입법자(국회)의 정당한 결단이다. 법률의 불명확성과 미흡한 내용은 향후 축적되는 법원의 판례에 의하여 자연스럽게 형성될 것이다가 그들의 논거다.


과거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기 이전에는 반도체 회사의 시설 유지, 보수 업무를 위탁받아 시행하던 하청업체 직원이 사고로 사망한 사건에 대한 대법원 판결(2018. 10. 25. 선고 201611847)에서 하청회사 간부와 실무진에게 산업안전법 위반으로 유죄 판결을, 원청회사나 그 회사 직원에게는 무죄 판결을 내렸었다.


그러나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이후 대법원(2021. 9. 30. 선고 20203996)은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이 쟁점이 된 사안에서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여부에 대한 판단을 함에 있어서는 개별법 조항의 내용, 해당 산업 현장의 특성, 사업장의 규모, 해당 사업장에서 이루어지는 작업의 성격, 이에 내재되는 안전·보건상의 위험, 산업 재해의 발생 빈도, 안전·보건 조치에 필요한 기술 수준 등을 구체적으로 살펴서 규범 목적에 부합하도록 객관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나아가 해당 안전보건규칙과 관련한 일정한 조치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해당 산업현장의 구체적 실태에 비추어 예상 가능한 산업재해를 예방할 수 있을 정도의 실질적인 안전 조치에 이르지 못한 경우에는 안전보건규칙을 준수하였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하여 사업주에게 실질적 상황에 맞게 안전보건 대책을 세울 의무가 있음을 인정하고 있다.


또한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이후 현장에서는 하청업체 근로자가 작업 중 사망한 사건과 관련하여 대기업과 대기업의 대표가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송치되는가 하면 한편에서는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위배·과잉금지원칙 위배·평등원칙 위배 등의 이유로 중대재해처벌법 조항에 대해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신청하는 등 중대재해처벌법을 둘러싼 논란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하지만 처벌의지가 강력한 법의 시행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산재사망사고 건수에 비해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 내지 기소 건수는 현저히 저조하고 기소 후 유죄가 될 것인지에 대하여는 의문의 여지가 있다.


이 법에 대한 평가는 결국 우리 사회의 제도 운영과 판결 내용을 통하여 내려질 것이지만, 현재 시점에서 이 법이 추구하는 법의 목적은 명확해 보인다. 근로자에 대한 중대산업재해 예방이 반드시 필요하며, 이는 결국 최고경영자의 의지에 의하여 실효성을 담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입법목적 달성을 위해서는 법의 구체적인 내용뿐 아니라 그 취지를 살리기 위한 사회적 공감과 안전에 대한 인식이 더욱 두터워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정애리나 변호사

법무법인 도원


정애리나 arnj@dowonlaw.com


[저작권자 (c)한국보험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원문링크: https://insnews.co.kr/design_php/news_view.php?firstsec=5&secondsec=51&num=72192
이전 글 교통사고 나면 한방병원이라는 생각은 그만
다음 글 전동 킥보드 책임보험 의무가입 법제화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