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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기꾼의 심리와 보험범죄의 근절

사기꾼보다 사기를 당한 사람이 더 괴로워하는 것이 현실이다. 서민을 울리는 보이스 피싱, 힘들게 돈을 벌어보려고 하는 사람들을 악용하는 다단계 사기, 사회 공동체에 경제적 피해를 부담시키는 보험사기, 중산층의 노후 생활자금을 노리는 기획부동산 사기, 가까운 친구들을 감언이설로 끌어들여서 몰락시키는 투자사기 등등 이루 말할 수 없는 많은 사기 범죄가 지금 이 순간에도 속속에서 자행되고 있다.

얼마전 사무실로 의뢰인의 딸이 어머니가 투신하여 돌아가셨다며 전화를 했다. 그녀의 어머니는 사기죄 피고인이 아니라 사기의 피해자였다. 본인의 잘못으로 가족의 전 재산을 잃어버렸다는 자책감에 사기 피해자가 자살한 것이다. 그 사건의 사기 피고인은 불과 몇 년간의 징역형을 마치고 사회에 다시 나왔으며, 피해 변상은 한 푼도 하지 않았다.

사기 범죄의 해악은 단순히 돈을 훔쳤다는 사실에서 더 나아가 본질적 속성이 인간 사이의 신뢰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행위라는 점에서 근본적 죄질이 매우 나쁜 악랄한 범죄이다. 실제로 대부분의 사기꾼은 일말의 가책은 없이 오히려 피해자를 비웃으며 사기친 돈을 자기 것인 양 탕진하고 다닌다. 많은 사기꾼들이 교도소에 갈지언정 사기친 금액을 피해자에게 변상하지 않는 이유가 그래서다.

어느 보험모집인이 있었다. 보험영업에 탁월한 실적을 올린 영업의 마스터였는데, 보험사기죄로 징역형을 받았다. 그 의뢰인을 변호하다가 일주일 만에 사임했다. 그는 사기 범죄를 전혀 인정하지 않고, 오히려 그가 보험회사에 이익을 가져다 준 금액이 몇 배나 더 큰데 사소한 금액인 이것이 왜 문제가 되느냐면서 억울하다고 하소연을 했다. 그 사람의 그 당당하고 억울해 하던 모습은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다. 보험사기 특별법상의 보험사기죄는 형법상 사기죄 보다도 가중 처벌된다.

우리 법원은 보험사기죄의 처벌에 대하여 엄격하다. 최근 선고된 울산지방법원 2020고단5576 판결에서는 “보험사기 범행으로 인한 1차적 피해자는 보험회사이지만, 2차적으로는 보험회사의 보험요율 인상 등에 따라 다수 보험 계약자들의 보험료 상승으로 그 피해가 전가된다는 점에서 피고인들의 죄책이 무겁다”라고 판시하였다.

그러나 보험사기방지특별법은 몇가지 개선해야 할 점도 꾸준히 지적되고 있다.

우선 보험사기죄가 인정되어 유죄판결이 선고된 경우에도 보험금 환수를 위해서는 별도의 반환 청구소송을 제기해야 하는 데, 이때 반환청구의 법적 근거가 불분명하고 소멸시효(5년)가 지나 환수가 불가능한 경우도 발생하고 있으므로 보험금 환수권 및 이에 대한 별도의 소멸시효 규정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보험사기에 의한 불법적 이익을 보다 확실히 박탈하기 위해 보험금 환수권을 명문으로 도입하고 환수권에 대해서는 별도의 시효기간(예 : 보험사기 유죄판결 확정 시로부터 3년)을 적용할 필요가 있다.

또한 보험사기 유인행위에 대한 처벌 대상을 명확히 하고, 제재의 신속성과 효과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즉 보험사기 유인·알선·권유 행위를 보험사기와 동일하게 처벌할 경우 처벌 대상 행위의 의미(특히 ‘권유’ 행위의 의미)를 보다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사안이 경미하거나 유인글을 게시한 단계에서 적발된 경우에는 형사처벌보다 과태료 및 게시물 삭제를 통한 신속한 대응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는 말이다.

아울러 사무장병원 등에 지급된 보험금 환수 방안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사무장병원 등 불법 개설 의료기관에 보험금이 지급된 경우 국민건강보험공단은 국민건강보험법에 따라 요양급여비용을 환수할 수 있으나 민영 보험회사가 보험금을 환수할 수 있는 법적 근거는 부재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먼저 자배법 등 보험금 지급에 관한 근거 법령 및 약관을 개정하여 의료기관 개설의 적법성을 보험금 지급 및 진료 사실 증명의 전제 조건으로 정할 필요가 있다.

보험사기 범행은 사회적 피해가 크다. 반면에 개인을 대상으로 한 많은 다른 사기 범행들은 사기범죄 피해자들의 삶을 황폐화시킨다는 점에서 매우 죄질이 나쁜 범죄이다. 심도있는 조사와 엄한 처벌이 요구되는 이유이다. 사기죄는 기본적으로 재산범죄이지만 현대사회에서 일순간 사기로 재산을 잃어버린다는 것은 곧바로 삶의 유지가 어려워지고 생활이 황폐해진다는 의미다. 재산의 상실이 인격의 상실이 된다는 것이다.

사기꾼들은 우리 주변의 선량한 일반 시민을 범죄 대상으로 노린다. 사기 범죄자들의 범죄 의지를 꺾는 가장 중요한 수단은 신속한 검거와 처벌이다. 그리고 범죄 금액에 대한 환수가 중요하다. 망연자실하게 낙담하고 있는 피해자들을 생각하면 보험사를 비롯한 우리 시민사회의 범죄자 처벌에 대한 굳고 강한 의지가 절실히 필요하다고 느끼게 된다.

홍명호 대표변호사

법무법인 도원

홍명호 mhhong@dowonla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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