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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동킥보드 책임보험 의무가입 법제화 필요

우리가 타고 있는 자동차는 안전을 위한 기술과 규제의 복합체이다. 충돌 안전성을 위해 전면부의 형태가 제한되고, 에어백은 의무적으로 탑재되며, 곧 전방충돌방지시스템과 같은 운전보조장치도 의무화될 추세다. 또한 모든 자동차는 법률로 책임보험에 의무적으로 가입하도록 하여 사고 발생 시 손해배상을 보장하기 위한 제도를 갖추고 있기 때문에 우리는 비교적 안전하게 자동차의 편리함을 누리고 있다.

한편 배터리와 통신 등 각종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도로에는 새로운 편리한 교통수단이 등장하였는데, 이른바 전동킥보드로 대표되는 PM(Personal Mobolity)이 그것이다. PM은 원동기장치 자전거중 최고속도 25km 미만, 차체 중량 30kg 미만의 것으로 전동킥보드, 전동이륜평행차, 전동기의 동력만으로 움직일 수 있는 자전거를 말한다. 이제 누구나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으로 공유 전동킥보드를 타고 손쉽게 가까운 거리를 이동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하지만 기술의 발전 속도를 제도와 법규는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헬멧 미착용의 경우 적발시 과태료가 부과됨에도 많은 이용자들이 미착용 상태로 도로를 질주하고, 심지어 술을 마신 뒤 전동킥보드로 귀가하는 사람도 있다. 이로 인하여 2021년 이륜차사고 사망자 수(525명)는 459명으로 12.6% 감소한 반면, 전동킥보드 등 개인형 이동수단 사고로 발생한 사망자 수는 19명으로 전년(10명)보다 두 배로 늘었다.

관련 규제로는 ‘전기용품 및 생활용품 안전관리법’ 및 ‘전기용품 및 생활용품 안전관리법 시행령’에서 안전확인 신고를 하지 않은 전동킥보드나 ‘안전확인대상생활용품의 안전기준’에 적합하지 않은 전동킥보드의 경우 시·도지사가 개선·파기·수거 또는 판매중지를 명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또한 ‘도로교통법’ 및 ‘도로교통법 시행규칙’에서는 안전확인 신고를 거치고 판매되거나 안전기준에 적합한 것임을 확인받은 전동킥보드 등만 개인형 이동장치로서 자전거 도로로 통행이 가능하고, 이를 확인받지 않은 전동킥보드 등은 통행을 금지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대로 도로교통법은 전동킥보드 이용자의 안전모 착용을 강제하고 원동기장치자전거면허 소지자만 전동킥보드 등을 운전할 수 있도록 하였으며, 보도 통행을 금지하고 자전거도로 및 도로의 우측 가장자리에 붙어서 통행하도록 규정하였다.

이처럼 전동킥보드에 대한 안전기준이 제정되고 적용되기 시작한 것은 다행이다. 그러나 다른 교통수단과 대비했을 때 전동킥보드의 안전한 운행을 위한 기술 및 규제는 여전히 매우 미비한 실정이다. 자동차의 경우 ‘자동차관리법’ 및 각종 법령에서 수없이 많은 안전기준을 정하고 있으며, 새로 나오는 차종의 경우 충돌 시험과 같은 안전성 충족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여러 가지 시험을 거친 뒤에 출시된다. 자동차제조사들은 안전기준을 충족하는 데 만족하지 않고 경쟁적으로 사고예방 및 사고로 인한 피해를 줄이기 위한 기술을 개발하고 도입하고 있다.

그러나 PM은 안전에 매우 취약한 교통수단 임에도 불구하고 이용 중 사고가 발생한 경우 손해배상을 보장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다.

실제로 공유 전동킥보드 업계에서는 업체별로 가입한 보험 내용이 달라 사고가 났을 때 보상범위가 들쑥날쑥하고, 주로 기기 결함에 한정되어 있어 전동킥보드 이용자의 과실로 사고가 발생한 경우 피해를 입은 제3자는 보상을 받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었다. 2021년에서야 국토교통부 주도로 공유킥보드 대여업체 15곳과 손해보험협회·경찰청·도로교통공단·한국교통안전공단 등과 민관협의체를 꾸려 공유 개인형 이동장치 대여업체와 그 이용자를 위한 대인 4000만원 이하, 대물 1000만원 이하의 피해금액을 보상하도록 하는 보험 표준안이 제정되었지만 각 업체가 자율적으로 보험 표준안에 가입하기로 하고 개인형 이동장치 이용자의 상해에 관한 담보는 업체별로 보험특약을 가입하고 운영하기로 협의하는데 그쳤다. 공유 개인형 이동장치 업계도 이러한데 개인이 전동킥보드를 소유하고 운행하면서 보험에 가입하는 경우는 더욱 기대하기 어렵다.

2020년에는 술에 취한 채 전동킥보드를 몰다 지나가는 행인을 다치게 한 사건에서 전동킥보드를 자동차라고 보아 의무보험가입대상으로 판단한 판결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해당 판결에서도 전동킥보드를 대상으로 하는 의무보험이 없어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 유죄로 인정하지 않았다. (서울남부지방법원 2020. 5. 28. 선고 2019고단6197, 2020고단1789(병합) 판결)

전동킥보드는 그 편의성 때문에 더욱 널리 이용되는 교통수단이 될 것이고 그만큼 이용 중 사고도 급속히 증가하게 될 것이다. 더 늦기 전에 전동킥보드 사고 피해자를 보호하고 사고로 인한 사회적 손실을 방지하기 위한 책임보험 가입의무 법제화가 신속히 추진되길 바란다.

김근요

법무법인 도원 변호사

김근요 kykim@dowonla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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